
이야기의 시작
침묵에는 무게가 있다. 그것이 31년의 세월이라면, 그 무게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SBS 다큐멘터리 ‘괴물의 시간’ 2부에서,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의 전처 이씨가 마침내 그 무거운 침묵을 깼다. 그의 목소리는 울음보다 조용했고, 분노보다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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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이씨는 방송에서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의 인생은 한 남자를 만난 뒤, 송두리째 뒤틀렸다.
“가족들도 나를 원망한다.
‘네가 이춘재를 만나서 집안이 망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탓했다.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그의 회상은 잔인할 만큼 구체적이었다. 처음 만난 이춘재는 성실하고 깔끔한 남자였다. 항상 다림질된 작업복을 입고, 새벽 출근에도 지각이 없었다.
그런 성실함 뒤에 감춰진 괴물의 얼굴을 이씨는 몰랐다.
연애 시절, 모텔 창밖에서 시체가 실려 나가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무섭다고 중얼거렸지만, 이춘재는 아무 말 없이 그 장면을 지켜봤다. 훗날 경찰에게 그 사건 또한 이춘재의 소행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왜 안 죽였을까, 왜 나만 남겨뒀을까.”
결혼 후의 삶은 더 깊은 어둠이었다. 임신을 이유로 강제로 시댁으로 끌려갔고, 출산 당일까지 깻잎을 묶으며 일했다. 병원에는 혼자 갔다.
그 시각 시어머니는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이씨는 말한다.
“시아버지가 몰래 우유를 챙겨주지 않았다면, 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폭력은 일상이었다. 이춘재는 이유도 없이 아내를 때렸다. 아이가 깨서 울면, 그 아이마저 밀쳐버렸다.
“기저귀만 찬 아이가 굴러가는데, 그걸 보고 어떤 엄마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분노의 순간, 그에게 돌아온 건 또 다른 폭력이었다.
이춘재는 폭행 후 “멍 빨리 없애라”며 약을 사오기도 했다.
그 이중성은 인간이 아닌 괴물의 그림자였다.
이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한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왜 나만 살려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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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이씨의 증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은 사람의 형벌이다. 괴물의 곁에서 평범한 일상을 믿었던 한 인간이, 그 일상이 무너진 뒤에도 여전히 죄책감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야기.
그의 등 뒤에서 무너진 수많은 목숨들 그리고 그 목숨 위에 남겨진 한 사람의 침묵.
‘괴물의 시간’은 이제, 피해자와 생존자의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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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정리
•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의 전처 이씨, 31년 만에 첫 증언
• 방송 ‘괴물의 시간’에서 결혼 생활의 폭력·고통 공개
•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깊은 자책과 고통의 고백
• “나는 왜 안 죽였을까” — 생존이 남긴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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